‘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교복을 입은 여성의 사진과 음란물을 올린 초등학교 교사에게 교육당국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운영자 공범들이 17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것과 대비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린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교류하며 성장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등교사는 왜 교육당국과 법원으로부터 각각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처분과 벌금 600만원 선고를 받는데 그쳤을까.  

◆아청법 아닌 정보통신법 위반 적용되면 형량 낮아져

1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 교사 A(28)씨가 경징계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그의 음란물 유포 행위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음란한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영상에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할 경우에는 아청법이 적용돼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높아진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A씨가 지난 3월 일베에 접속해 ‘하... 교복 ㅠㅠㅠㅠㅠ’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음란영상물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를 적용해 ‘구약식 처분’을 했다. 구약식 처분이란 검찰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공판 절차 없이 벌금형 이하의 형을 내리는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으로, 통상 피의자의 혐의는 인정되나 벌금형 이하의 형을 받을 것으로 판단될 때 청구한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해당 여성이 아동·청소년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영상은) 등장하는 남녀가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거나,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되기 어려운 영상”이라며 “면밀히 검토해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시 검찰은 A씨가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교복을 입은 여성의 사진도 게시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는 음란물 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담긴 사진이라고 보고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영상 등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아동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에게는 모두 아청법이 적용됐다.

이날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조순표)도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의 공범인 안승진(25)과 김모(22)씨에게 아청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아동·청소년 12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1048개를 유포한 혐의 등을 받았다.

다만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 제작 경위, 등장 인물의 신원 등에 관해 주어진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만을 아청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청 “음란물 유포는 성 비위 규정에 포함 안돼”

검찰로부터 A씨에 대한 구약식 처분 내용을 전달받은 교육당국은 지난 8월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징계위)를 열고, A씨에게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법률위반공무원 처리 기준’에 따라 A씨의 혐의를 성 비위가 아닌 ‘일반범죄’로 보고 징계위에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준은 ‘성폭력·성희롱·성매매’에 해당하는 성 비위로 징계 대상이 된 경우에만 구약식 처분을 받았더라도 중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으며, 음란물 유포 등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는 ‘경징계 의결 요구’ 비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의 경우에도 넓은 의미의 성 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중징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교육부령인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성매매처럼 징계 기준이 규정된 성 비위가 아닌 기타 성 비위 유형도 비위 정도 및 과실 크기에 따라 최대 파면부터 견책까지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A씨 사건의 경우) 사안의 성격상 성 비위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 “그렇지만 징계양정 규칙에 따르면 견책부터 가능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굳이 성폭력 범죄로 분류가 안 된다 하더라도, (A씨가)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만큼 비위의 정도를 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자격이라든지 행동양식에 대해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시각을 교육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A씨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직권으로 공판 회부했고, 정식 재판을 거쳐 지난 9일 A씨에게 벌금 600만을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된 후 학생들로부터 겪게 된 스트레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이 실제로는 이 사건 범행의 성격을 더욱 위험하고 엄중하게 만든다”면서 “어린 여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란영상물을 올림으로써 해소해야 할 스트레스의 성격에 대해 되짚어보게 하기 때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혹시 우리 아이 선생님?’ 확인 쉽지 않아

A교사의 일탈 행위에 대해 학부모들은 “이런 교사에게 우리 아이를 맡긴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담임 교사의 성 비위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의 징계 사유 및 징계 수준 등 징계 관련 정보들은 개인정보로 분류되는 탓에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교육부는 성 비위를 저지른 교사에 한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 징계 결과를 피해자에게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A씨의 경우 피해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성 비위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A씨의 징계 사유를 알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