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 부부가 덕담을 나누는 와중에 비속어가 영상에 섞여 송출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파문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회담 주관방송사인 KBS가 서둘러 해명성 입장을 내놨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번 논란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2일 “양 정상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에서 ‘지X하네’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해당 관련자를 색출해 엄벌에 처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도 “남북정상회담 방송 중에 욕설이 들어간 부분 해명을 원한다”는 시청자 청원에 75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시청자 청원은 30일 내에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KBS가 답변하는 제도로, 청원 하루 만에 답변요건의 7배를 넘긴 셈이다.
문제의 ‘비속어 영상’은 회담 첫날인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들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대화를 나눌 때 등장한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것”이라고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최고의 환영과 영접을 받았다”고 화답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영상에서 갑자기 “지X하네”로 들리는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티즌들은 영상에 섞인 목소리의 발음이 비교적 분명한데다, 양 정상의 대화에 이어 경멸적인 어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점 등을 들어 문 대통령을 모욕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영상 송출의 책임을 지고 있는 주관방송사 KBS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비속어가 현장에 있었던 사람 입에서 나온 것인지,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포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KBS는 논란이 확산되자 해명 글을 통해 “백화원 내부에서 비속어가 들리는 듯한 촬영 화면은 방북 풀 취재단 소속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없이 청와대 전속 촬영담당자와 북측 인사 등만 동석한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생방송을 위해 현장에 있었던 KBS 중계 스태프는 물론 풀 취재단 소속 촬영기자 역시 백화원 입구 현관까지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S의 해명이 책임회피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속어가 포함된 영상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송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 파악보다 자사 기자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점만 강조한 해명이 되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청자 청원 작성자는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전해진 방송에서 욕설이 나온 것 자체도 문제지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뜻 깊은 자리에서 이를 주관하는 방송사의 영상에서 어떻게 욕설이 나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청와대도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23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email protected], 평양공동취재단
출처: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