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퇴사한 연구원 수십명이 회사를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LG전자가 소속 연구원들이 개발한 직무발명 기술을 당사자들 몰래 팔아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우라옥)는 지난달 29일 LG전자 출신 최모씨가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특허법에 따라 연구자가 발명한 기술 등이 회사 명의로 특허권이 등록되면 회사가 발생한 이익 일부를 연구자에게 나누는 것을 말한다.

최씨는 지난 2006년 LG전자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에서 마지막 사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난(백그라운드 진입)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으로 종료 시켜 메모리와 배터리 소모를 아끼는 기술이었다.

해당 기술은 2011년 LG전자 명의로 특허 등록됐다. 그러나 최씨는 이후 회사로부터 해당 기술에 대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 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재판에서 "해당 기술은 삼성 등의 스마트폰에도 사용되고 있는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했으나, LG전자 측은 "해당 특허들은 가치가 전혀 없는 불용 특허"라고 맞섰다.

한편 최씨처럼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측에 각각 소송을 제기한 전직 연구원들은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LG전자가 최씨 등 개발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들의 특허를 외국계 기업에 팔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LG전자가 특허 매각으로 얻은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 등은 특허가 동의 없이 팔린 외국계 기업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 브리티시텔레콤(BT) 등 굴지의 외국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G전자가 외국계 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에서 특허 1건당 일정 금액을 면제받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 등 연구원들 대리를 맡은 변호인은 "연구원마다 특허의 내용이 다르고 매입한 회사도 달라서 각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원 개인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대기업 연구자들 역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연구자 개인에게 동기부여가 주어져야 우리 사회에도 독자적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LG전자가 특허를 팔아 이익을 얼마나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보상금액도 정할 수 있는데 회사 측에서는 이것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1억원을 청구하고 회사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 측은 재판과정에서 "자료 제출 요청은 밝히고자 하는 사실이 특정될 때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뭔가 이면에 더 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는 할 수 없다"며 "이는 민사소송법에 명백히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회사 측은 이미 수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안고 있는데 몇만 명 직원들의 이메일 등 자료를 다 제출하라고 하면 업무가 마비된다"며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회사 측 입장을 묻자 "현재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