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사기관, 함께 입실한 지인 파악하고 조사 전혀 안해"
'의심 정황' 있지만 혼자 투약 다소 무리…증거불충분 '무죄'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1심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지인이 몰래 마약을 놓았다"고 주장해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21·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24일 서울 한 모텔에서 4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물에 희석해 스스로 팔에 주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당일 오전 11시 A씨는 지인 B씨와 함께 모텔에 입실했으나 B씨는 오후 1시쯤 혼자 퇴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몇시간 뒤 A씨는 소음 민원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세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필로폰 주사기 5개가 발견됐다. 간이 마약시약검사 결과 A씨는 필로폰 양성반응으로 나왔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모텔에서 검거될 당시 환각 상태였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정신과 약을 다량으로 복용하고 의식을 잃었을 뿐, 당시 마약을 소지하거나 투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초 검거 당시 환각상태에서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점을 본다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A씨는 지난 2019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해 5월 같은 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퇴실한 후 2시간 동안에 주사기들을 A씨 혼자 투약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점, 필로폰 주사기 5개의 소지자가 밝혀지지 않은 점, 필로폰의 투약 시각이 밝혀지지 않은 점, B씨의 퇴실 전후 정황이 분명치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A씨의 진술과 CCTV 등으로 B씨의 인적사항이 확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B씨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련 증거자료 등을 종합해볼 때 A씨가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하고 잠든 사이에 B씨 등 타인에 의해 필로폰이 주사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해 3월 경찰에 출석한 후 본 법정에 이르기까지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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