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조가비

 

빈집엔

어느새

바다가 새살처럼 차올랐다.

 

파도가 뱉어놓은

갯바위의 그림자를

더듬는 동안

 

어제는 오늘의 존재의 집,

슬픔이 응고된 몇 겹의 추억,

 

사랑도 지치면

껍데기의 숭고함마저

잊게 되는가

 

뼈의 내부에 박혀있던

살의 흔적들이

한때는 모락모락

타오르는 불꽃이었거늘

 

빈집에 누워

해조음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