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 비

 

온몸이 젖어버려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너와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단 한번만이라도

빈몸으로 널 맞으며

나만의 거리를

헤매보고 싶었고

 

감히 생각지도 못했어

아니, 어쩜 난

너 때문에 아플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겐 단단한 우의가 있고

나를 감싸 줄 우산이 있었기에

이토록 지독한

열감기에 걸릴거라곤

 

결국 넌 나의 발끝부터

촉촉히 젖어오더니

이내 온몸에 한기를

느끼게 하더구나

 

난 널 비켜가지 못했어

널 피하기 위해

가장 큰 우산을 준비했지만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고

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지

여전히 넌 울고 있었어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너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어너의 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