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너에겐 그늘이 있었네

눈가 푸르스름한

이미 예고된 그늘이 네게 있었네

 

깊고 후미진 산 속,

가시 많은 덤불 비집고 나와

함초롬히 이슬 머금고 피어 있는 너

 

죽음이 없이는 부활 없느니,

온전히 다시 죽기 위하여

낮게 아주 낮게 엎드려 피어 있는 너

 

단 하루를 산다 하여도

온몸으로 다시 살기 꿈꾸는 너는

은총의 길이 만큼 그늘을 드리운 너는

 

이 세상 가장 어두운 산 속,

비바람 온통 가슴에 안아

고통을 관통한 화사한 부활이 되고픈 너는

 

너에겐 그늘이 있었네

눈가 푸르스름한

별빛 흩어지는 그늘이 네게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