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갓갓'이 검거되면서 여성단체들이 관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1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대화명 '갓갓') A(24) 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일 A 씨를 소환해 조사했으며, A 씨로부터 자신이 갓갓이라는 자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해 2월 8개의 텔레그램 방에서 1~8번까지 각각 이름을 따로 설정, 방마다 다른 캐릭터를 지닌 피해 여성들의 신상 정보와 성착취물을 올렸다.

또한, n번방 방마다 피해 여성들 3~4명의 성착취 영상을 수백 개씩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 씨는 경찰을 사칭해 피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렇다 보니 시민단체 등은 "회원도 구속하라", "본 사람도 다 잡아내야한다" 등 거센 비판을 보내고 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본 X들 다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라면서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면 디지털범죄는 더 진화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관련 법안 중에 여전히 발이 묶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루빨리 통과돼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다고 밝힌 주부 B(42) 씨는 "피해자에는 어린 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 딸 가진 엄마로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이번에 뿌리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회원들, 영상을 본 관전자까지 신상 공개해야 마땅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게시판에도 'n번방 이용자들은 단순 소지자가 아니라 제작 공범으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해야 합니다', '성착취 채팅방 이용자 전원 색출 후 '성범죄자 알림e 등록', '취업 제한 직종 적용'을 해야 합니다', 'n번방 이용자 신상 모조리 밝혀주세요' 등 제목의 국민청원이 다수 게재됐다.

청원인들은 "n번방 이용자에게 법의 보호는 필요 없다. 돈을 내고 들어갔든, 실수로 들어갔든 그들은 모두 범죄자다"라며 "n번방 이용자들의 신상을 모두 밝혀 국민들이 두려움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국민적 공분에 여성계 역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진경 10대 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사실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음에도 우리 센터에 들어오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상담 건수는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라며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범죄자들을 잡아 발본색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관련법들이 나오고 제정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재 20대 국회는 곧 끝나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음 21대 국회에서라도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고, 많은 법안이 생겨나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당연히 회원, 대화방 관련자들에 대한 신상 공개나 처벌을 해야 한다"며 "갓갓의 경우 피해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미성년자다. 이는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인 영역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청법에 따라 성착취물을 보고 소지한 사람들도 소지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해당 방에서 채팅만 했더라도 모욕죄 등이 성립될 수 있다.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만 될 수 있다면 충분하진 않아도 처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보통신망법 등이 개정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범죄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이 녹아들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지 혹은 구매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번 디지털 대책에서 소지나 구매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정부 입장이다"라면서 "경찰과 검찰이 박사방 유료회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갓갓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보통신사업자들이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성착취물의 유통·판매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 법안이다.

이날 통과된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입법화된다. 20대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은 오는 15일이다.

또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는 n번방 사건 근절을 위한 다수의 법안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