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A양은 어느 날 채팅 어플에서 남성 B씨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30대라고 소개한 B씨는 A양에게 페이스북 아이디를 받았고 수시로 문자를 보내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아침에는 모닝콜을 하듯 “학교 가야지 공주님”이라며 A양을 깨웠고 오후에는 “학교는 잘 다녀왔냐” “오늘은 어떻게 보냈냐”며 일상생활을 물었다.

그는 A양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재학 중인 학교는 물론 관심사나 취향, 크고 작은 심리 변화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대화는 물 흐르듯 흘렀고 B씨는 SNS를 통해 기프티콘과 문화상품권을 보내며 환심을 샀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데다 부모님이 안 계셨던 A양은 “예쁘다” “보고 싶다”며 애정을 주는 B씨에게 경계를 허물었다. 이후 B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마음이 아프다. 얼굴 한번 보여달라”며 직접 만나기를 요청했다. A양은 B씨의 끈질긴 요청에 결국 대면했고 두 달 동안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A양은 자신이 성폭행당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학교 선생님이 우연히 사건을 알게 돼 조사를 받을 때도 A양은 입을 다물었다. 성폭행 전후로 A양이 좋아하는 딸기 우유나 과자, 용돈을 준 B씨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주변의 설득으로 결국 A양은 입을 열었고 경찰에 검거된 B씨는 30대가 아닌 50대 남성이었다.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받은 B씨는 재판에서 A양이 자발적으로 응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전과가 없고, 부양할 가족이 있으며 주변에서 탄원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년 6개월~5년인 의제 강간 기본 형량 중 가장 낮은 형량이었지만 B씨는 즉각 항소했다.

A양의 사례는 온라인 그루밍(Grooming)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단장시킨다는 의미의 '그루밍'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처럼 온라인 이용률이 많은 미성년자가 쉽게 휘말리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ttp://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5/0003032438?ntype=RANKING

(기사 전문은 링크 
전문은 온라인 그루밍의 심각함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