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계절에 걸맞는 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에는

하얀 안개꽃을 두 손에 모아

당신에게 드리렵니다

 

강렬하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변함없이 뭇 사람의 사랑을

받는 안개꽃처럼 내

사랑의 깊이로 당신속에

녹아들고 싶은 까닭입니다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당신의 손을 잡고 사색의

공간이 있는 소로를

끝없이 걷고 싶습니다

 

마주잡은 손으로

전달되는 진한 감동을

둘만이 나눌 수 있는 여유로

오래도록 품고 싶은 까닭입니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는

작은 우산 속을

당신과 함께 하며

다정히 걷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비속에 씻어보내고

비 온 후의 정갈함으로

당신을 안으렵니다

 

비로 인한 질퍽거림에도

우울해 하지 않으며

비온 후의 무지개를 맞이하는 심정으로

그대 곁에 포근히 안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