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 예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머리와 눈을 갉아 먹고

피마저 얼음처럼 차갑게 만든다

 

가을, 그대의 고요한 얼굴에서

거리를 재지 않고 겨울을 건너가는

 

철새의 아득함이 보이고

나를 외면하는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그 눈동자 안에 질주하고 있는

단풍 같은 낙엽 같은 그리움의 냄새를 맡는다

 

가라, 가을, 모든 것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으로 높이 세운

 

성벽을 살짝 뛰어넘어 가라

가을 저쪽 강 건너 언덕에 닿으면

 

나무처럼 몸 단단하게 세워 놓고

어두운 밤길 달빛마저 나무에 묶어놓고 가라

가다가 영원의 우물에 몸을 던져라

 

나를 좇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좇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저 별들 지상의 누군가에게 내려와

어디로 가는지

 

누가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의 바다 가을 푸른 비에 젖는다

 

세상의 산 가을 푸른 빛에 젖는다

세상의 누군가 가을 푸른 눈물에 젖는다

 

젖은 세상 한 아름 품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너의 어깨 위에

 

어느 하늘에서 날아온

가을이라는 예쁜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가을, 빗물처럼 가슴속에 스며든다

병균처럼 심장으로 파고든다

 

아아 독처럼 정신까지 황홀하다

온 몸에 문신처럼 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