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려는 이유

 

그처럼 까칠하게 날 선

몇 마디 말로

 

푹 긋듯이 이야기 하기보다는

파릇이 내려감은 눈썹

 

그 가녀린 떨림 하나 만으로도

정 솟아 퍼내는

이야기 할 수 있겠지

 

저녁나절에

맥없이 주저앉는 하늘자락이

 

현관 앞 댓돌에서

한 없이 나를 침묵시키듯

 

눈에 밟혔던

그리운 이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고요함, 그 하나 만으로도

따뜻하고 싶어라

 

눈을 감고도

거울처럼 세상이 맑게 보였듯,

문간에서

 

고개만 슬쩍 치켜들었는데도

저렇게 아득한 우주가 보였으니까

 

그래, 이젠 고요한 숨결

그 하나 만으로 살아가야지

 

이를테면, 싯퍼런

갓김치 이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