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블록담장 사이로 비를

맞고 살아 있는 것이

여간 아찔한 것이 아니었다

 

임사장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도시의 아스팔트 위 태양빛으로

언제 말라죽을지 모르는 저

쉼표

 

그는 세상이라는

소용돌이 혜성 속에서도

 

쉼표 하나의 미소를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버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택시를 잡고

 

두툼한 서류봉투를 든 채

임사장은 서둘러 달려가고

 

나는 잠시 빗길 사이에

서 있었다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길을 가다가

 

버걱거리는 담장가에 앉아 있는

풀 한포기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