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그림 속의 비밀

 

거기 길이 보인다는 것

혹은 흙먼지 긁은

 

바람소리 뿐이라는 것

그 깊은 비밀을 몰래 꼭 붙든 채

 

딱딱한 네모진 바닥에

종이단 받쳐 애써 참는 그림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말 없는 午後

길 끝은 우거진 풀떨기에

묻혀 까맣게 숨어있다

 

이미 주인 없는 텅 빈 고향집

길 바깥의 눈물이 감자 몇 알 처럼

 

툇마루 밥상 위에 뒹굴고

뜻밖에 찾아 간 낯선 손님에

어리둥절한 바람이 서운하지가 않다

 

대추나무 열매처럼 오돌오돌 자라던

아이의 들판 가득 벼이삭을 흔들어대던

 

푸른빛 웃음소리, 하늘에 퍼진 울림 끝 자락만

붙들고 그림 속을 빠져나오는데

 

어느새 발뒤꿈치를 붙잡고 나온 아이는

비밀에 불을 지피는지

 

끓어오르는 물 알갱이들이

눈 밖으로 마구 쏟아진다

 

작은 원룸의 투명한 창살에 갇힌

낡은 그림 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