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