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면죄부는 아니다.”

2018년 겨울을 가장 따뜻하게 보내는 프로야구 선수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30)일 것이다.

김재환은 2018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올 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을 올렸다.

홈런과 타점은 1위에 올랐다. 타격 2관왕이다. 장타율 0.657 출루율 0.405를 기록했다.

도루를 제외한 타자 시상 부문 톱10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두산의 4번타자를 맡아 정규시즌 우승에 1등공신 역할을 했다.

SK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고전하다 패퇴했던 것도 4번타자 김재환의 부상 공백이 컸다.

"2018 유디아글로벌 일구상 시상식"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최고 타자상을 수상한 두산 김재환이 전년도 수상자 SK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 청담)=김영구 기자


그래서인지 올 해 상복이 넘치는 김재환이다. 지난달 19일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했다.

111표 중 1위 51표를 얻은 그는 총 487점으로 린드블럼(367점), 양의지(254점)를 큰 점수차로 제쳤다.

지난 3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개최한 2018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김재환은 올해의 선수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올해의 타자상을 수상했다.

이어 6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주는 2018 최고의 선수상도 김재환의 차지였다.

이어 이날 저녁에 열린 모언론사 주최의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다만 지난 4일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서만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8 유디아글로벌 일구상’에서도 김재환은 트로피 하나를 더 수집했다.

바로 일구상 최고타자상 부문이다.

일구상은 프로야구 OB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가 제정하는 뜻깊은 상이다.

야구계 선배들이 주는 상이라 받는 사람들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날 일구상을 받은 수상자들 모두 수상소감이 “선배님들이 주신 상이라 더욱 뜻깊었다”였다.

영광의 대상을 받은 류현진(31·LA다저스)도 그렇고, 최고투수상을 받은 정우람(33·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정우람은 “나도 (야구계의) 구성원으로서 좀 더 헌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야구계 선배들도 김재환을 최고의 선수로 인정한 셈이다.

이는 전날 한은회가 주는 최고의 선수상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일구회와 한은회는 야구계 은퇴자들의 양대단체다.

하지만 김재환의 수상은 쭉 논란이 되어왔다.

지난 2011년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김재환이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해 처음으로 큰 상을 받은 201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부터 김재환은 ‘약물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감수하고 이겨내야 할 부분이나 김재환의 야구인생에 끝까지 따라붙을 꼬리표이자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다.

7년이 훨씬 지났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에서 금지약물 복용은 페어플레이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야구계 선배들이 나서서 김재환의 주홍글씨를 지워주려고 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은회장을 맡고 있는 이순철 SBS해설위원이 김재환에게 상을 주면서 “그렇다고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일구회도 마찬가지였다.

일구회는 지난달 29일 일치감치 선정위원회를 통해 김재환의 최고타자상 수상을 공표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선정위원회에서 격론이 오갔다. 하지만 김재환은 지난해에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약물 전력 때문에 탈락시킨 바 있다. 올해는 리그 MVP까지 받았고, 객관적 지표에서도 수상 자격이 있다고 봤다. 2년 연속 탈락시키기에는 가혹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도적으로 복용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약을 복용하다가 금지약물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그런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용서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을 주면서 용서하는 건 아니라는 게 상식적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야구인들이, 야구계 원로·선배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전하는 건 아닐까,

김재환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그렇게 희미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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