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냉엄한 바람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달콤한

손길마저 뿌리치게 되었는가

더 이상 눈 돌릴 수 없는 봄이여

 

굶주린 그네들의 몸부림도

물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버렸겠지

밤새 지피던 모닥불에

활활 타오르고 말았겠지

 

경춘선 열차에서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리자

 

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