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돗물 81%서 다량 검출
1년간 마시면 4800개 몸안에 쌓여

잘게 부서진 일회용 비닐이 대부분
3세대까지 악영향, 사용 확 줄여야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농어 새끼 위장 속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화살표). 홍합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적혈구 세포 내부까지 침투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위키미디아]
Paper or plastic ?” 총알처럼 내뱉는 계산대 점원 말에 어리둥절해진다. 담을 봉지가 종이냐 비닐이냐를 묻는 거다. 2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이야기다.

종이는 무겁고 부피도 크다. 반면 비닐은 몰아 쥐면 한줌도 안 된다. 비닐봉지를 세 장 겹쳐 물건을 담았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 수퍼 질문이 달라졌다. “비닐봉지 드려요? 50원입니다.” 돈 소리에 주춤하지만 그래도 비닐이 편하다. 하지만 이제는 머뭇거려진다.

내가 버린 이 비닐이 잘게 부서져 수돗물·맥주·천일염에 들어가 있다. 그걸 내가 먹는다. 전 세계 수돗물 81%에서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수돗물 1년 마시면 4800개를 먹는다. 건강에 괜찮을까. 연구결과는 심히 걱정스럽다. 그동안 플라스틱 단맛에 취해 있었다면 이제는 쓴맛이다.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올해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 수돗물·맥주·천일염 속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수돗물은 5대륙 18개국, 맥주는 미 북부 오대호 근방 맥주 12종, 천일염은 세계 유통 12종을 검사했다. 샘플을 필터로 걸러내서 플라스틱만 염색시켜 하나하나 세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세플라스틱(5㎜ 이하)이 81% 수돗물에서 L당 5.45개, 모든 맥주에서 L당 4개, 모든 천일염에서 ㎏당 212개 들어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폴리에틸렌( PE ), 즉 일회용 비닐봉지 종류였다.

뱃속에 6주간 머물며 대장벽 파고들어

동네 가게 비닐봉지가 어떻게 수돗물까지 들어갔을까? 플라스틱은 사용 후 매립·소각·재활용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7%만 재활용된다. 79%는 버려진다. 이놈들은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10개 강(아프리카 2개, 아시아 8개)이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90%를 바다로 옮긴다. 밴쿠버 200㎞ 해상에는 욕조 하나당 400개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닌다. 그곳 동물성 플랑크톤 농도의 6배다. 가히 ‘쓰레기섬’이라 불릴 만하다.

한반도도 이미 미세플라스틱 천지다. 서해 갯벌 상단 3㎝에 g당 23개가 검출된다. 갯벌 어종(가자미·아귀·은행게)에는 g당 8개 알갱이가 들어있다. 국내 천일염·유통패류에서도 검출됐다. 수돗물에도 들어있다. 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이다. 설사 먹었다 해도 대장을 그냥 빠져나가지 않을까. 동물실험결과는 걱정스럽다.

미세플라스틱이 더 잘게 부수어지면 고기 내장이 아니라 세포 단위까지 들어간다. 실제 홍합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적혈구 세포 내부까지 침투했다. 이제 생태계 바닥 생물인 플랑크톤 내부에 분말 형태 플라스틱이 농축되는 건 시간문제다.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는다. 즉 나무·음식쓰레기는 미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크기만 작아질 뿐이다. 그 결과 모든 생물에는 플라스틱 분말이 농축된다. 모래처럼 작아지기만 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럴까.

생분해성 플라스틱 상용화 서둘러야

연구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장에서 바로 배출되지 않고 6주간 머물면서 대장벽을 파고들어 혈액 내로 들어갔다. 혈관 벽을 자극해서 염증을 유발했다. 혈전이 쥐에서 생성됐다.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미세먼지처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미세먼지는 물리적으로 폐 호흡기를 막는다. 화학적으로는 미세먼지 부착 오염물질(대기황산화물·질산화물)로 염증·암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도 물리적으로 혈전을 형성한다. 화학적으로는 바다·강을 떠다니며 각종 해로운 물질(농약 등)을 붙인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체에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학술지( Sci . Tot . Env )에 의하면 미세플라스틱 함유 강물에서 자란 물벼룩은 성장이 30% 줄어들고 2세대 사망률이 60% 증가했다. 무엇보다 3세대까지 영향을 준다.

물을 잘 거르면 되지 않을까. 안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더 잘게 부수어져 밀가루처럼 된다. 걸러지지 않는다. 초미세먼지를 어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무얼 해야 하나. 답은 하나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

부엌그릇·사무실 볼펜·욕실 칫솔·거실 카펫·지하철 손잡이까지 세상 모든 게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으로 그동안 인류는 편안함·다양함·풍족함을 누렸다. 더 누리려면 줄이자. 12분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봉지 대신 튼튼한 비닐 백으로 계속 사용하자. 최근 이케아는 모든 매장·식당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제품 사용금지를 했다. 정치가 법을 만들고 과학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상용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미세플라스틱,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진짜 생분해성 플라스틱

현재는 녹말 등을 섞어 생분해 아닌 물리적 붕괴만을 유도한다. 생분해란 자연 속 박테리아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거다. 생분해되려면 생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여 분해 가능한 결합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격이 비싸진다. 현재 국내외에서 대량 생산단계까지 와 있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 @ inha . ac . 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 NRL ),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 www . biocnc . com )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 BT )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