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표면 깎는 특수 공정 적용
작은 비말 튕겨내는 방오 마스크도 개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에 도움 기대"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한 김 서림 방지 고글과 아주 작은 비말도 튕겨내는 방오(防汚) 마스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김 서림 방지 고글 같은 경우는 시제품도 만들어 KIST가 의료진에게 기부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문명운 박사 연구진은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지난 2월부터 개발에 착수해 김이 서리지 않는 고글과 방오마스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3일 밝혔다.

지금 검역소나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쓰는 고글은 몇분만 써도 땀과 온도 차이로 안쪽에 김이 서린다. 김은 물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생긴다. 아주 작은 물방울 수백개가 돔(둥근 반구 모양) 형태를 이루면서 빛이 반사돼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화학약품을 뿌리는데, 인체에 해롭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김 서림 방지 고글. 특수 공정을 처리한 부분(오른쪽)은 김이 서리지 않는다./KIST
연구진은 고글 표면에 주목했다. 먼저 특수 공정으로 고글 안쪽 표면을 아스팔트처럼 울퉁불퉁한 형태로 깎아냈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가공했다. 그리고 그 위로 물과 친한 유리 성분을 아주 얇게 덮었다. 마치 아스팔트에 살얼음이 낀 상태다. 이 위로는 물방울들이 돔 모양을 이루지 못하고 물이 붙어 퍼지면서 평평한 막이 생긴다. 이때는 빛이 반사되지 않기 때문에 김이 서리지 않는다. 문 박사는 “7~8년 전부터 개발해온 김 서림 방지 기술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의료진을 위한 제품에 적용했다”라고 설명했다.

KIST 문명운 박사 연구진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방오(防汚) 마스크도 개발했다. 특히 마스크는 의료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날아다니는 물방울인 비말로 전파돼 감염된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들이쉬는 과정에서 바깥 부분에 붙은 비말이 안쪽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문 박사는 “마스크에 있는 필터는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지만, 비말은 막을 수 없다”라면서 “날아오는 비말을 묻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글처럼 마스크 바깥 부분의 표면을 깎아냈다. 다만 다른 점은 마스크의 소재인 부직포가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울퉁불퉁한 구조는 물을 동그란 구(球) 형태로 만들어 표면에 더 못 붙게 한다. 연잎 위에 물방울이 굴러다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KIST가 개발한 기술로 처리한 부분(왼쪽)은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다./KIST

연구진은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비말이 마스크 표면에 붙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한국표준연구원에서 안전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연구실에서 항비말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했지만, 더욱 정밀하게 확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들이 검역이나 의료 현장의 감염원 오염으로부터 의료진들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KIST는 지난 16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시판 고글 1000개와 일반 마스크 500개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KIST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는 김 서림 방지 고글 35개를 더 기증했다.

[유지한 기자 jhy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