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숙고했겠지만, 개인적으론 되도록 빨리 되돌릴수록 더 나은 결정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세계는 원자력발전소 확대하는데…`멀쩡한 원전` 월성1호기 없앤 한국

에너지 효율 가장 높고 경제적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도 없어
친환경 원전에 눈돌리는 세계

원전 비중 축소하려던 EU 도
"기후변화 목표에 중요한 역할"
원자력 발전 유지로 방침 바꿔

건설비용·발전단가 가장 낮은
세계 최고성능 원전 가진 한국
탈원전 탓에 가동률 65%로 뚝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 각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원자력발전소를 대거 확대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 WNA )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가능한 원전은 444기에 달한다. 건설 중인 신규 원전만 54기이고, 향후 건설 예정인 원전은 109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검토 단계에 있는 원전은 330기나 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기존에 원전을 보유하지 않았던 20여 개국도 원전 도입을 고려하는 등 10년 내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원자력발전 비중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던 유럽연합( EU )조차 지난해 11월 원전 유지로 방침을 바꿨다. 유럽의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결의안 59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유럽에 필요한 상당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세계 각국에서 원전이 각광받는 것은 현존하는 발전원 중 에너지효율이 가장 높고 가장 경제적이면서 온실가스·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유일한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뜨거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화력발전과 비슷한 원리를 갖고 있다. 다만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 LNG )를 연소시켜 증기를 만드는 화력발전과 달리 원전은 우라늄-235 같은 방사성동위원소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증기를 만든다. 터빈과 발전기를 돌리는 원동력인 증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우라늄-235 1g이 분열할 때 발생하는 열량은 석탄 3t을 연소했을 때 나오는 열량과 맞먹는다. 원전이 연료 질량 대비 석탄화력발전보다 300만배 많은 에너지를 내는 셈이다. 원전이 현존하는 발전원 중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같은 1 GW (기가와트·1 GW 는 10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원전은 농축 우라늄 연료 21t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LNG 는 95만 t, 석유는 115만 t, 석탄은 무려 235만t(원전의 약 11만배)이 필요하다.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별도로 소요되는 연료는 없지만 발전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면적에서 원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원전은 생산 전력 대비 설비 면적이 국내 원전 기준으로 GW 당 0.92㎢다. 하지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은 GW 당 15.62㎢로 원전의 17배에 달한다. 풍력은 GW 당 5㎢로 원전의 5.4배가 넘는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태양광 30.8 GW, 풍력 16.5 GW 의 설비를 구축한다고 보면 필요 용지가 태양광 481㎢, 풍력 82.5㎢ 등 총 563.5㎢에 달한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194배를 웃도는 것으로, 이 같은 용지를 확보하려면 엄청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또 정부는 여의도 면적의 13배가 넘는 새만금 내 국제협력·산업연구 용지 일대 38.29㎢에 태양광과 풍력·연료전지 등 세계 최대 규모의 3 GW 급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투입될 예정인 건설 비용만 총 6조6000억원에 이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효율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발전단지의 실효 생산 전력이 설계치의 약 20%인 600㎿ 수준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 정지와 조기 폐쇄를 승인한 678㎿급 월성 1호기(0.55㎢) 원전 1기로 생산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에너지정보국( EIA )에 따르면 발전효율(2017년 기준) 역시 원전은 92%에 달하는 반면 LNG 등 가스와 석탄은 약 55%, 풍력은 37%, 태양광은 22%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원전의 kwh (킬로와트시)당 구입 단가는 2017년 기준 60.8원으로 석탄(79.3원), LNG (113.4원), 재생에너지(160.2원)보다 압도적으로 낮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국내 원전 가동률은 65.9%까지 떨어졌고 유연탄 사용량은 탈원전 이전인 2016년 대비 14.7% 증가했으며 LNG 사용량은 19.4% 증가했다. 원자력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런스상'을 수상한 장윤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ANL ) 석학연구원( KAIST 초빙교수)은 "2050년 세계 전력 수요는 지금의 2.7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한국은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 증가세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만큼 탈원전을 지속할 경우 전력 수급난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기술 발달로 재생에너지 발전효율이 점점 좋아지면 20년 뒤에는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원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부퍼탈연구소는 유럽의 발전원별 발전 원가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2040년에도 원전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원전의 2040년 예상 발전 원가는 kwh 당 6.4유로센트(약 83원)지만 태양광은 8.4유로센트(약 108.9원),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은 각각 9.8유로센트(약 127원), 11.6유로센트(약 150.4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건설 비용과 발전 원가가 가장 낮아 이보다 훨씬 더 경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신고리 3·4·5·6호기와 신한울 1·2·3·4호기에 적용된 신형 가압경수로( APR 1400)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NRC )로부터 타 국가 원전 가운데 최초로 설계인증을 획득한 세계 최고 성능의 원전이다.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가격 경쟁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사업 입찰 단가를 기준으로 한국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717달러로 미국(1만1638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중국(4364달러)보다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 공동대표(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은 가동을 하면 할수록 경제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며 "월성 1호기처럼 이미 건설된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 향후 원전 경제성은 다른 발전원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RC 는 지난달 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터키포인트 3·4호기 원전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했다. 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까지 40년간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영구 정지 승인으로 가동 37년 만에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