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년제 대학 새내기 김성환 씨(19)는 다음달 해병대에 입대하기로 했다. 첫 학기에 이어 2학기마저 원격 수업이 시행되자 “차라리 군대를 빨리 다녀오자”는 심정으로 군복무를 결심했다. 그는 “원격 수업의 질이 낮고 대학 동기와 선배들도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며 “같은 과 남자 신입생 30% 정도가 나처럼 입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학생들의 삶을 바꿔놨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새내기는 ‘3무’(MT·동아리·축제 없음) 대학생활을 보내며 스스로를 ‘코로나 학번’이라고 자조한다.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입대를 결심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달 입대 예정인 육군 기술행정직 경쟁률은 지난해 1.1 대 1에서 올해 1.5 대 1로 높아졌다. 기술행정직은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보직 중 하나다.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이현지 씨(20)는 “입학 후 동기와 선배를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종호 씨(20)는 “학교도 학원도 못 가니 작년 수능이 끝나고 10개월가량 집에만 있었다”며 “대학생이 아니고 그냥 백수 같다”고 했다.

고3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5월 등교개학, 대형 학원 및 도서관 폐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입시 준비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수험생 구모군(18·서울 양천구)은 “1학기에 진행한 학교 온라인 수업은 EBS 강의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진학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격 수업 장기화 탓에 학생 간 학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고3 수험생은 대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고3 수험생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 올해 고3 수험생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4월 온라인개학을 했고 5월 20일에야 등교했다. 11월에 치러지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올해에는 12월 3일로 연기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대학 198곳 중 101곳이 2021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했다.

수험생 김모군(18·서울 서초구)은 “1학기 수업이 원격강의로 이뤄졌는데 선생님과 질문 대답을 주고받기가 어려웠다”며 “미대 실기학원에 다니는 친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아예 입시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고3은 재수를 하면 내년에 ‘문·이과 통합 수능’(2022학년도)으로 불리는 변경된 수능을 치러야 한다. 수험생 한모군(18·서울 은평구)은 “현재 고3은 재수생이나 반수생에 비해 아무래도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를 친구들끼리 자주 한다”며 “내년에는 수능이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2002년생은 저주받았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재수생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300인 이상 대형학원이 20일까지 문을 닫자 공부할 곳이 사라진 탓이다. 재수생 김현용 씨(20)는 “서울 유명 재수종합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일부러 고시원도 잡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돼 바로 본가로 내려왔다”며 “모두가 조용히 있는 독서실까지 막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시를 준비하던 재수생들은 상담역을 해줄 학원 강사를 만나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대입 수시전형은 23일 접수가 시작되지만 대형학원의 집합금지는 20일까지 유지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 상담은 전화·온라인만으론 부족해 오히려 매일 등교하는 고3보다 재수생들이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생활 없는 ‘코로나 학번’

올해 입학한 대학 새내기들은 기대했던 대학생활이 수포로 돌아갔다. 대부분 수업은 원격으로 대체되고, 동아리 모임과 MT는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이상익 씨(19)는 “학기 초 축구와 댄스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카톡방에서 인사만 나눴다”며 “지난달 말 동아리 선배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물 건너갔다”고 했다. 새내기 지유진 씨(19)는 “3월 입학 후 실제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며 “시험도 온라인으로 보거나 개인과제와 조별과제도 모두 줌으로 하는데 소통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들은 반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김순영 종로학원 이사는 “강남지역 학원은 반수생 등록률이 30% 정도 늘었다”며 “상위권 대학 진학을 지망하는 학생이 반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로망으로 꼽히는 가을 축제도 연이어 취소됐다. 연세대와 고려대 간 스포츠 교류전인 연고전은 올해 온라인 게임 등으로 승부를 겨루는 사이버 교류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수업은커녕 사람 사귀기조차 어려운 코로나 학번은 소외감과 고립감 등을 호소한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비대면 대학생활이 지속될수록 더욱 소심해지는 것 같다” “똑같은 코로나 시국에도 다른 친구들은 대학 사람들과 잘 사귀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양대 심리상담센터 한양행복드림상담센터의 하정희 센터장은 “동료들과 친분을 쌓을 길이 막히자 학내 심리센터에도 고립감, 우울감, 정체성 문제 등을 호소하는 새내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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