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만 남았다… 한국바둑 농심신라면배 2연패 위기


25일 열린 농심신라면배 제7국에서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오른쪽)이 반상에 첫 수를 두고 있다.
“아~ 쎈돌마저.”

농심신라면배 2연패 도전에 나선 한국바둑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우승 문턱을 밟기는커녕 베이징-부산-상하이로 이어지는 전투에서 최종 격전지조차 밟지 못한 채 부산에서 ‘전멸’할 위기에 빠졌다. 이제 믿을 구석은 박정환 9단뿐이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이 대표선수 5명씩 팀을 이뤄 패권을 다투는 국가대항전으로 ‘바둑 삼국지’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질 때까지 상대를 바꿔 가며 대결하는 연승전 방식으로 관전의 흥미를 더해 세계 바둑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서 한·중·일 바둑3국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1차전 베이징전투에서 안국현 8단과 신민준 9단을 차례로 내세우고도 무승에 그쳤던 한국팀은 한 달여 만인 23일 부산으로 옮겨 속행된 2차전 첫 무대에서 최철한 9단을 출전시켰지만, 최9단이 중국의 선봉장 판팅위 9단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승점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25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팀의 구원병으로 이세돌 9단을 투입했다.

판팅위 9단보다 먼저 대국실에 들어와 앉아 있는 이세돌 9단.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부산 호텔농심에서 속개된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2차전 7국에서 이9단이 판팅위 9단에게 흑불계패를 당하며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대국이 있기 전까지 상대전적에서는 2승4패로 뒤지고 있던 이9단은 초반부터 활달한 포석으로 반상의 변화를 꾀하려 했다. 하지만 중반 상변전투에서 흑돌들이 백의 그물에 갇히며 위기에 빠졌다. 승부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20회째를 맞는 농심신라면배 사상 가장 긴 연승기록(7연승)을 보유 중이고 대회 통산 15승(3패)을 쌓은 판팅위 9단은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승리를 닦아 나갔다. 이9단이 연이어 승부수를 날려 보았지만, 판팅위 9단의 투터운 방어의 벽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안국현 8단, 박정환 9단, 최철한 9단, 나현 9단(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이 이세돌 9단 대 판팅위 9단의 대국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승부로 현재 올시즌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4패, 중국은 6승, 일본은 1승3패를 기록하게 됐다. 남은 기사는 중국 5명, 일본 2명, 한국 1명이다. 26일 경기에서는 일본의 이치리키 료 8단이 판팅위 9단의 7연승 행진을 저지하려 나선다. 둘의 승부에서 이긴 선수와 한국의 주장 박정환 9단이 ‘부산 대첩’의 마지막 대국을 27일 치른다.

한국으로서는 자존심이 걸린 일전이다. 박정환 9단마지 패한다면 한국은 2차전에서 전원이 탈락하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박정환 9단도 전의를 불태운다. 이날 호텔농심 검토실에서 이세돌 9단의 패배를 지켜본 박정환 9단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바둑을 두고도 승리를 맛보지 못해 아쉽다”며 “팀의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한다면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검토실에서 한국바둑의 전설 김인 9단(왼쪽)과 조치훈 9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9단은 “지난 2016년 제18회 대회 때도 부산에서 판팅위 9단의 8연승을 저지하고 상하이에서 최종 승부를 벌인 기억이 있다”며 “그때는 결국 우승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해 화룡점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이 대회에서 지난해까지 한국은 12회, 중국은 6회, 일본은 1회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