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포식자 악어거북, 광주호서 발견

입력 2019.10.23. 16:46 
수정 2019.10.23. 18:36


물리면 손가락 절단도, 공격성 강해..기르다 방류한 듯

광주호 인근 하천에서 발견된 악어거북. 물속에 웅크리고 있다 닥치는 대로 사냥하는 포식성 민물 거북이다. 약 10년 생으로 추정되며 다 자라면 이보다 10배 이상 무거워진다. 구교성 전남대 교수 제공.

세계 최대의 민물 거북으로, 공격성이 강하고 만나는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악명 높은 외래종 악어거북이 광주광역시 광주호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악어거북이 야생에서 발견된 것은 2011년 경북 구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거북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국제 거래가 엄격히 통제되지만, 거북 동호인 사이에 애완용으로 널리 사육되고 있어 야생 방류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우려됐다.

거북을 발견한 주민 김준석(57) 씨는 “13일 오전 무등산 원효 계곡에서 광주호로 흐르는 풍암천을 관찰하던 중 큰 솥뚜껑만 한 거북이 수심 1m쯤 되는 보의 물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며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큰 입을 쩍 벌린 채 지렁이 모양의 혀끝을 앞뒤로 흔드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발견 지점은 광주호에서 풍암천을 따라 1.5㎞쯤 거슬러 오른 곳이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자연해설사인 김 씨는 “무등산 국립공원 경계지역인 이곳 하천에 서식하는 토종 거북인 남생이와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를 지속해서 관찰하던 참”이라며 “아이들이 물릴까 걱정돼 포획해 보관하다 국립공원 당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외래생물에 관한 국가 연구사업을 진행 중인 구교성 전남대 연구교수팀이 현장에서 인계받아 계측한 결과 이 거북은 등딱지 길이 31㎝, 무게 7.6㎏으로, 10살 이상으로 성숙한 악어거북 수컷으로 밝혀졌다. 구 교수는 “개인이 기르다 호수에 내버린 거북이 하천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토종 생물을 포식할 것이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 자체가 매우 포악하고 공격성이 강해 사람이 모르고 접근했다 공격당할 가능성도 크다”며 “2011년 구미에 이어 두 번째 야생 발견이지만, 전적으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개체가 생태계에 유입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악어거북과 늑대거북은 생김새가 독특하고 알에서 깬 직후에는 작고 귀여워 애완용 동물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악어거북이 2006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이테스)의 부속서 Ⅲ에 등재돼 국외 반출이 금지되기 전까지 아시아와 유럽에 대량으로 수출됐다.

처음에 작고 귀엽던 악어거북과 늑대거북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점 기르기 힘들어진다. 동호인들 가운데도 “많이 먹고 많이 배설하며 수시로 탈피하기 때문에 물 관리가 어렵다. 게다가 수명도 40∼50년으로 길어 기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구교성 교수는 “개인이 사육을 불가피하게 포기할 때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사육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은 물론 사육을 포기할 때 동물원, 전시시설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악어거북의 수입이 엄격하게 규제돼 있어도 국내에서 증식한 개체가 대량으로 팔리는 것도 문제다. 포털에 ‘악어거북 분양’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분양광고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