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달 KIA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는 동안 불펜포수 이동건(27)은 밤마다 노트북과 씨름했다. 이전까지 동고동락하는 선수들에게 자문을 구해왔지만 휴식이 필요한 이를 매일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스로 정보를 검색하고 방법을 확인하기까지 몇 주일. 마무리캠프 종료와 동시에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 지역 기부계좌에 50만원을 송금했다.

이동건의 기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월 대구경남 지역에 30만원을 기부했다. 스프링캠프 MIP(가장 중요한 선수)로 선정돼 받은 상금을 모두 코로나19에 시달리는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한 것. 처음에는 방법도 몰라 투수 양현종에게 물어 기부금을 보냈다. 이번에는 지난 10월 ‘이달의 감독상’ 수상으로 얻은 상금 25만원에 자신의 생활비까지 일부 얹었다. 이동건은 “현종이형 도움으로 기부를 했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 뿌듯하면서도 내심 100만원을 채우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동건의 기부가 프로야구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야구단 계약직 직원인 불펜포수는 야구업 종사자 중에서도 박봉으로 손꼽힌다. 매일 선수단과 함께 하는 고된 일정에도 선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의 대가 역시 신인 선수의 최저연봉에도 미치지 못한다. 등번호도 세 자릿수. 야구장에서 이름을 불릴 일도 흔하지 않다. 비시즌에는 강제로 백수가 된다. 신인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는 새해가 되기 전까지는 단기 아르바이트 구직이 필수다. 불펜포수에게 50만원은 몇 달치 생활비다.

그나마 이동건은 사정이 낫다. KIA 팬은 국내 최고 야구팬. 동료가 인터뷰에서 수차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해준 덕에 인지도도 생겼다. 그마저도 야구장 마운드가 아닌 외야 철망 넘어 불펜에서 몇 년째 목청껏 파이팅을 외친 덕이다. 이동건은 “그래서 더더욱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알아주고 박수쳐주는 만큼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해야 한다는 것. 이동건은 “KIA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팀에 몸담은 순간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으니 KIA 소속으로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건은 지난 10월 상금을 수령한 순간부터 기부를 고민했다. 마무리캠프 일정이 겹치면서 미뤄졌고, 스스로 약속했던 12월 첫째날에 기부를 완료했다. 프로야구가 겨울잠에 든 시점, 이동건의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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