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인 현직 경찰관을 폭행·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항공사 승무원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 표현덕 김규동)는 24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35)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 2심에서 모두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며 "비록 맨손으로, 다른 흉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일명 '블랙아웃'이 됐다고 주장하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랙아웃은 행위에는 인식이 있었지만 나중에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며 "블랙아웃이 맞더라도 사후적으로 기억에 장애가 생겼을 뿐이고 범행 당시에는 인지 기능에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는 부정하고 있지만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인정하고 있고, 유족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내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두 사람은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고, 사전계획한 범행인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유족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들이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김씨의 행위가 과연 피해자와 친구 사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점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의 부모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우자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 것으로 판단된다"며 1심 양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4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인 친구 A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와 A씨는 대학동창 사이로, 김씨는 2018년 A씨가 결혼할 때 결혼식 사회를 봐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김씨가 지난해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A씨가 수시로 조언을 해줬고, 김씨는 지난해 11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A씨와 술자리를 약속한 뒤 지난해 12월13일 오후 주점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3차까지 마신 두 사람은 김씨 집으로 이동했는데, 자신의 집으로 가려는 A씨와 김씨 사이에서 다툼이 생겼다.

김씨는 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A씨를 제압하고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 차례 내려치며 폭행했다. 김씨는 A씨를 폭행한 뒤 그대로 내버려두고 피범벅이 된 상태로 여자친구 집으로 가 씻고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집으로 돌아와 119에 신고했다.

검찰은 김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누적된 스트레스와 내면에 숨겨둔 폭력적인 성향이 한 번에 폭발하면서 A씨를 폭행,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