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대 문화는 우리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우리 유물과는 또 다르네요."

지난 7일 오후 일본 나라현 다카마쓰(高松) 고분 벽화 앞에서 대전 용산고 윤현미 교사가 감탄했다. 윤 교사는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신한은행·포스코가 후원, 대한항공이 협찬한 '제42회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단'에 참여한 초·중·고 교사 247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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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단’에 참여한 교사들이 일본 나라 호류지(法隆寺) 앞에서 엄기표(맨 오른쪽) 단국대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희연 기자

참가자들은 '일본에 남아있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교사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수하자'는 취지로 지난 4일부터 엿새 동안 일본의 한국 관련 유적을 둘러봤다. 일본 규슈 지방에서 출발해 나라현을 거쳐 교토와 오사카까지 14개 유적지를 답사하는 일정이다.

우선 규슈 사가현에서는 일본인들이 '도자기의 아버지(陶祖)'로 추앙하는 조선 도공 이삼평 신사를 보고, 기념비를 참배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 전진기지였던 나고야(名護屋) 성터가 있다. 지금은 폐허가 돼 전쟁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시모노세키에서는 '청일 강화 기념관'에 갔다. 1895년 떠오르는 일본이 망해가는 청나라를 꺾은 뒤 '시모노세키 강화조약'을 맺은 옛날 식당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이어 나라현으로 이동해 백제인이 일본에 세운 최초의 사찰 아스카데라(飛鳥寺)에 갔다. 참가자들은 찬란한 고대 문화 교류 현장에서 탄성을 터트리고, 가슴 아픈 근현대사 현장에선 한숨을 삼켰다.

특히 다카마쓰 고분 벽화는 고구려 문화가 일본 문화와 어떻게 융합됐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현장이다. 일행을 안내한 서정석 공주대 교수가 빨강·노랑·초록 저고리를 차려입은 벽화 속의 여인들을 가리키며 "고구려 전통이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천장에 그려진 금박과 붉은 선의 별자리에 대해선 "일본 특유의 예술성이 잘 드러난다"고 했다.

일본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 호류지(法隆寺)를 둘러볼 땐 교사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도 불타지 않았다면 이런 목조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을 텐데…"라는 탄식이 나왔다. 경기 송호초 조남철 교사는 이곳 금당 벽화를 본 뒤 "우리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그림이라고 알고 있지만 일본인들 주장은 또 달라서 놀랐다"면서 "양국이 서로의 발견을 공유해가며 다음 세대에게 균형 있게 역사를 가르치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탐방은 조선통신사들이 갔던 루트를 따라가는 순례이기도 했다. 경기 백현초 주희철 교사는 "지금이야 비행기와 여객선을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길이지만, 그 옛날 무동력으로 이 길을 오갔을 조선통신사들을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며 "일본을 정확히 알고, 미래 세대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게 우리 역할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행사에는 지금까지 총 1만8000여 명이 참여했다.

http://news.v.daum.net/v/20181113060400687?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