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uae] 대륙 집어삼킨 이란, 괜히 ‘우승 후보’가 아니다


[포포투=박찬기(아부다비/UAE)]

아무리 전력 차이가 나도 아시안컵처럼 큰 대회, 특히 토너먼트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란은 달랐다. 그야말로 중국을 ‘압살’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란이 24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 중국과 맞대결에서 3-0으로 이겼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이란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양 팀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부터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었다. 마르셀로 리피 중국 감독은 “이란은 명백한 아시아 최강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선 유럽 상대 경쟁력을 보여줬다. 조직력이 뛰어나고, 선수들의 수준도 높다”면서 “이란을 꺾으려면, 전술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이란의 롱볼을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경계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중국은 유능한 감독과 함께 잘 준비된 팀이다”라면서도 “이란 선수 모두가 자신 있어 한다. 자유롭게 경기를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 흐름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란은 두들기느라 바빴고, 중국은 막느라 바빴다. 이란의 선 굵은 축구가 중국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전반 중반 선제골로 연결되었다. 시발점은 수비수였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자 곧바로 길게 패스했고, 사르다르 아즈문의 낮은 크로스를 메흐디 타레미가 가볍게 차 넣었다.

중국은 전반 30분이 되기도 전에 우 시와 펑 샤오팅을 빼고, 자오 쉬르와 샤오즈를 투입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펑 샤오팅과 샤오즈는 수비수 대신 공격수를 교체한 것으로 승부수나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욕심이었다. 이란은 중국 수비에 생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추가골도 긴 패스로 만들었다. 수비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연결했고, 아즈문이 골키퍼를 제치고 골망을 갈랐다. 개인 기량마저 차원이 달랐다. 이란 선수들의 속임 동작에 중국 선수들은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시간이 갈수록 중국 관중들의 “짜요(화이팅)”도 들리지 않았다.

후반 시작을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이란 선수들은 여유로웠다. 서로 얘기를 나누며 미소를 보였다. 중국 선수들은 굳은 얼굴로 잔디를 응시한 채 입장했다. 선수단 분위기처럼 후반도 이란의 페이스였다. 동점을 만들기 위해 급해진 중국은 공격에 주력했고, 중앙 수비수들이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잦은 실수로 득점에 가까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반면, 이란은 침착했다. 전반에 효과를 본 롱패스가 아닌 빠른 패스와 측면 공격으로 중국 수비를 흔들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알림이 나오자마자 카림 안사리파드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쐐기골을 넣었다.


이란은 이래서 ‘우승 후보’라 불린다. 상대가 총공세에 나서자 맞춤 전술로 공략했고, 어떤 상황이든 당황하지 않는 집중력과 뛰어난 결정력이 돋보였다. 패장 리피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다”면서 “이란은 정말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 이란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실수를 범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실수가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이 집중을 잘했고, 조직력도 뛰어났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을 꺾은 일본도 그랬다. 밀집 수비와 빠른 역습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1골 차 리드를 지키며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두 국가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16강 바레인과 맞대결에서 후반 집중력 저하로 동점골을 내준 건 물론 역전 위기도 여러 번 맞았다. 59년 만의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