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천문학 연구를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과학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과천과학관(관장 배재웅)은 달 탐사 50주년과 국제천문연맹(IAU)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시회 ‘우주연구실 인턴 체험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특별 전시회는 최근 100년간의 천문우주 연구성과를 주제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우주공간, 우주관측, 별, 외계 생명체 등 4개의 주제별 연구실을 독립적으로 구성했으며, 관람객은 인턴연구원이 되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과학 전시 소품과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어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우주연구실 인턴 체험전은 국립과천과학관 2층에 독립 부스로 마련됐으며, 관람 가능기간은 7월5일부터 8월25일까지다.

천문학을 쉽게 전하는 창의적 전시기획

이번 체험전은 4가지 랩(Lab)을 통해 인류가 짧은 기간에 이룩한 천문우주 연구성과들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랩1은 우주공간 연구실, 랩2는 우주관측 연구실로 마련됐다. 두 랩에서는 지난 100년간 천문우주 연구의 역사와 성과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학해설사가 학생들에게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섭/ScienceTimes

별의 절대 밝기,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보다 먼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 은하들의 스펙트럼에 나타난 적색이동, 팽창하는 우주 모습 등 어려운 과학적 사실을 전시물을 통해 쉽게 풀어냈다.

중앙에서는 관측된 은하들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나타낸 우주 지도를 직접 그려보기, 퍼즐로 맞춰보기 등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만한 코너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참가 학생들이 우주지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정현섭/ScienceTimes

랩2에서는 파장을 달리하여 보이지 않던 UFO를 찾아내 격추하는 다파장 체험 VR 게임과 함께 은하 중심의 초거대 블랙홀 발견, 암흑물질의 발견 등 입체적인 관측을 통해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을 찾아낸 연구과정들을 소개했다.

특히, 휘어진 트램펄린에 공을 굴려보거나 중력우물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동전을 굴려보면서 중력장에서의 운동을 관찰하는 체험물, 깔때기 모양 작동 전시물의 회전속도를 직접 높여보면서 점점 구슬의 궤도가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체험물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중력우주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활용해 표현한 블랙홀의 중력장  ⓒ정현섭/ScienceTimes

한 쪽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연구팀이 공개한 사상 최초로 블랙홀을 관측한 성과에 대한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시청각실이 마련돼 있다.

참관객들이 시청각실에서 블랙홀 관측에 대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정현섭/ScienceTimes

랩3는 별 연구실, 랩4는 외계 생명체 연구실이 마련됐다.

랩3에서는 우주 탄생 이후 처음 3분 만에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의 비율을 알아보는 조각 퍼즐 맞추기, 원소의 기원을 나타낸 주기율표에 인체를 이루는 주요 원소 박스 끼워 넣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준비됐다.

랩4에서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들을 찾아낸 방법을 보여주는 영상 동기화 작동 전시물, 지구와 비슷한 환경조건을 가진 ‘골디락스 행성’의 조건을 표현한 알고리즘, 외계로 송신한 아레시보 망원경 전파 메시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참관 어린이들이 상상 속 외계인 그려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정현섭/ScienceTimes

두 연구실에서는 관객 참여형 기획으로서 직접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학생들이 향후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주모형 닮은 꼴 모양찾기ⓒ정현섭/ScienceTimes

한 참관객은 “아이들이 즐기기 좋게 구성되었으면서도 천문학 연구 내용을 아주 알차게 전달하는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시 연계 특별강연회, 다채로움과 전문성 더해

국립과천과학관은 체험전과 연계한 특별강연회도 함께 진행해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특별강연자로 나선 성기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박사는 ‘인류의 화성 거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현재 NASA의 연구성과 등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검토해보는 강연을 진행했다.

지구와 비슷한 화성의 탐사 목적과 근거뿐만아니라 NASA의 향후 화성 탐사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해 참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성기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정현섭/ScienceTimes

오는 10일에는 정태현 한국천문우주연구원 KVN 그룹장열리는 정태현 박사가 블랙홀에 관한 최신 연구성과를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올해 4월 역사상 최초로 촬영된 블랙홀 촬영 결과를 소개하고, 이를 위해 20년 동안 노력한 연구자들의 에피소드, 블랙홀 연구 비전 등을 전할 예정이다.

“태양계를 넘어 은하와 우주를 이야기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

이번 체험전은 우주 전체를 전반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천문우주 관련한 기획 전시 주제들은 대부분 달, 화성 등 태양계 내에 한정되어있는 것들이 많았다.

체험전을 기획한 안인선 국립과천과학관 과학문화과 주무관은 “우주 전체를 탐구할 수 있는 전시회가 국내에 거의 없다”며 이번 전시 기획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한가빈 주무관, 성기윤 NASA-JPL 박사, 안인선 주무관ⓒ정현섭/ScienceTimes

다음은 안인선 주무관과 문답형식으로 구성한 인터뷰 내용이다.

Q. ‘우주연구실 인턴체험전’의 기획의도는?

많은 천문학자들의 노력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는 것을 환기하고 싶었다.

또한, 현재 연구성과가 얼마만큼 진전됐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기획 초기엔 과학자별로 연구실을 꾸며 업적을 소개하는 형태로 제작하려 했으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주제별 기획으로 바꾸게 되었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한 한가빈 주무관은 전공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천문학 이야기를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시 내용으로 풀어가기 위한 끊임없는 피드백과 수정 작업을 함께 한 것이다.

Q. 전시를 준비하면서 잘 된 점과 아쉬운 점은?

학교 과학교육이 갖는 한계점을 잘 채워준 것 같다.

체험전에서 소개한 내용들은 대부분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이지만, 깊이 있는 내용들을 선생님들도 전부 숙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전시회를 통해 학교 과학교육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선생님들에게 교육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체험전에서 우리 국내 연구진에 대한 성과를 더 담고 싶었다. 국내 연구진에 대한 내용은 ‘우주 모형 닮은 꼴 찾기’ 코너에서 1건만 다룬 것이 아쉬웠다.

국내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천문우주 연구들이 많은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전시연계 특별강연회를 개최하는 것 또한 국내 과학자가 수준 높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Q.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 연구원 등 전문가들에게 전시 내용을 점검받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때 소통했던 어려운 과학 용어들을 대중들이 편한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어려웠다.

또한, 연구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향과 대중에게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방향 중 어떤 쪽으로 무게를 두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두 방향성을 중립적으로 가져가되, 소위 ‘개미지옥’처럼 흥미를 끄는 내용을 먼저 제시한 후 점차 심화된 연구사실을 노출함으로써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안인선 주무관은 “앞으로도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