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염재생산수와 집단면역

요즘 감염재생산수(Reproduction number:R)이라는 개념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잠시 간단한 설명을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감염재생산수는 엄밀한 정의가 있지만, 어떤 감염병 환자가 한 명이 있을때 평균적으로 몇 명에게 그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느냐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감염재생산수가 2라면 1명의 최초 감염자가 2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어 낸다는 개념입니다.

감염재생산수 중에 기초 감염재생산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각각 감염병 고유의 값으로 아무런 조치와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그 감염병이 가지는 재생산수입니다. 가장 감염력이 높다고 알려진 홍역은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2~18에 이르르고, 에볼라 같은 감염병은 1.5~2.5정도의 값을 가집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다시 여러가지 영향을 받아서 현실세계의 감염재생산수로 바뀝니다.

예를들어 마스크를 쓰신다거나, 예방접종을 받았다거나, 그 감염병에 면역을 가진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그 효과와 비율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기초 감염재생산수가 3인 감염병이 있는데, 전체 인구집단 중 2/3이 그 감염병에 면역이 있다면 실제 감염재생산수는 2/3만큼 감소하여 1이 되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의 원리입니다.

2. 백신으로 인한 집단면역의 필요성

감염재생산수가 여러가지 조치를 통해서 '1'밑으로 떨어질 경우 그 감염병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1명의 감염병 환자가 새롭게 1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개념이지요.

이렇게 만들어내는 방법은 (1) 집단면역, (2) 백신, (3) 지속적인 비약물적 중재 (마스크쓰기, 손씻기, 역학조사, 사회적 거리두기, 검사를 통한 격리) 등이 있습니다. COVID-19의 대응하기 위한 수단과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집단면역에 대한 논쟁이 끝나지않았으며, 그 효과와 피해에 대해서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비약물적 중재(쉽게 방역대책입니다.)를 시행하기에는 경제적 피해가 너무나도 큽니다. 따라서 우리가 COVID-19라는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백신접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COVID-19의 감염재상산수와 백신의 효과

현재까지 COVID-19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2~3사이로 알려져있습니다. 즉 집단 면역으로 효과를 보려면 전체 국민의 50~67%가 COVID-19에 감염되어서 면역을 획득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엄청난 피해를 감안하면 집단면역을 통해 COVID-19의 종식을 기다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백신을 통해서 전 국민에게 50%~67%정도의 면역을 제공한다면 집단면역보다는 훨씬 쉽게 COVID-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백신의 효과 또한 50%~67%이상이 되어야합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 추정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넉넉하게 70% 이상의 효과를 보여야합니다.

불행히도 다양한 언론보도와 제약사의 발표에 의하면 COVID-19 백신의 효과는 천차만별입니다. 긍정적으로는 최대 90%이상의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도 말하는 전문가가 있고, 비관적으로는 효과가 아예 없거나 30% 미만의 효과만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다양한 감염병에 대한 백신이 있지만 그 백신들의 효과는 50%미만부터 99%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습니다. 우리가 현재 접종 중인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도 50~60%정도입니다.

4. COVID-19 백신의 효과에 따른 미래

만약 COVID-19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그 효과가 50%미만이라면 COVID-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훨씬 더 많은 인명, 경제적 피해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러나 90%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백신이 나올 경우 과거로의 복귀가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애매하고, 현실적인 상황은 백신의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가 50~70%선에 머무르는 경우입니다. 상황은 매우 복잡해집니다.

COVID-19는 당장 빠르게 감소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유행과 감소를 반복하게 됩니다. 각 국가의 대응도 갈리게 될 것이고, 백신과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5. 백신에 대한 신뢰의 필요성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위 상황은 모두 백신 접종률이 100%라는 가정하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률은 그 백신 자체의 효과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효과가 90%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접종률이 절반 밖에 되지않는다면 결국 45%만의 효과만 결과적으로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효과가 99%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접종률이 50%에 불과하여 절반의 면역만을 제공한다면 COVID-19의 종식은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백신에 대한 신뢰를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것입니다.

백신이 어느정도의 효과를 가질지 현재까지는 알수없지만, 5% 더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것과 5%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하는 것은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하지만 5% 더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것보다 5% 더 많은 사람이 접종하는 것이 쉽습니다.

이게 제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이며, 우리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백신을 성급하게 도입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백신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6. COVID-19 백신 접종 시작 이후 생기게 될 혼란과 대응

하지만 COVID-19 백신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개발되어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아래와 같은 문제는 반드시 생길것입니다.

(1) 접종 후 사망 문제
올해 독감 백신 접종에서 제기된 접종 후 사망사례와 백신과의 관련성은 반드시 제기될 것입니다. 인과관계와 우연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투명한 정보공개, 빠른 조사가 없다면 접종률은 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독감백신에서 우려가 생기고 이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빠르고,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2) 누구부터 접종해주어야 하는가?
백신은 처음부터 충분한 양이 생산되기 어렵습니다. 어떤 집단부터 접종하여 보호해주어야할 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 학생들, 의료인들 등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합니다.

(3) 안전한 유통, 보관 문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그 효과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애써 개발하고 구매한 백신이 '물백신'이 되지 않게 하기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필요합니다. 이번 독감백신과 같은 논란이 또 생기면 그 피해는 너무나 클 것입니다. 


COVID-19가 유행하기 전의 세상을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상에 가기 위해서는 배려와 이해 무엇보다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부디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시는 언론인들과 인플루언서들도 이를 잘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금과 같은 경쟁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