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만의 특별한 후유증은 없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0.09.14. 08:01
대부분 회복돼 일상생활에 지장 없어..전문가 "지나친 공포감 불필요"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국내외 코로나19 후유증 사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완치 후 평소 생활로 돌아갔지만, 과거에 없던 증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고열·설사·탈진·흉통·불면증·환각·오한·방향감 이상·인지기능 저하·호흡곤란·근육통·빈맥·부정맥·구토 등 그 증상도 다양하다. 

의학계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을 연구한 결과가 하나둘 보고되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였던 143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25명(87.4%)이 한 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앓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는 지난 2~3월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신천지교회 신자 4198명 중 1035명이 현재까지 만성피로와 피곤, 두통, 기억력 저하, 후각 장애 등 후유증을 호소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지만, 다른 질병을 앓은 후 생기는 후유증보다 특별하거나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자 중 약 80%는 경증인데 이들은 대부분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 5~10%의 중증환자나 고령자는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승권 국립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교수도 "코로나19 후유증과 관련된 연구가 앞으로 많이 나오면 그 후에 종합적으로 분석해 봐야 한다. 현재 한두 편의 연구 결과로 코로나19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후유증에 대해 큰 공포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폐 섬유화 가능성은 특별히 크지 않아 

다른 질환처럼 코로나19 또한 다양한 후유증을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뿐만 아니라 여러 장기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혈관·위장·심장·뇌·콩팥 등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로 결합한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장기에 손상을 주므로 여러 이상 증상이 생긴다. 

손상되기 쉬운 대표적인 조직은 혈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혈관으로 침투하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고혈압이나 혈전(핏덩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생기고,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정지가 발생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혈전이 생길 정도로 심한 환자에게 혈전을 녹이는 약(혈전용해제)을 사용한다.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특히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 부위의 가는 혈관에서 염증이 생기면 괴사가 일어나 손이나 발을 절단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여러 장기에 침투할 수 있으므로 어떤 후유증이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반인이 가장 우려하는 후유증은 폐 섬유화다.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에 흉터가 생겨 점차 딱딱해지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폐 섬유화다. 그러나 폐 섬유화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할 정도로 심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즉시 폐렴이나 폐 섬유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무증상이나 경증환자에게 폐 섬유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에게 폐 섬유화가 생길 가능성이 특별히 크다는 근거도 없다. 실제로 독일 클리니쿰 슈투트가르트 병원에 따르면, 만성 백혈병을 앓던 고령 여성은 코로나19 감염으로 한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으면서 폐에 흉터까지 생겼지만, 완치 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증상이 심한 사람은 폐에 흉터가 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현재까지 나온 후유증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코로나19만의 특별한 후유증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코로나19로 후유증이 생길 개연성은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코로나19만의 후유증은 없다. 또 후유증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급부상한 증상은 브레인 포그(뇌 안개)다.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피로한 증상이다. 바이러스가 전신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우주 교수는 "브레인 포그는 의학적인 병명이 아니며 기억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중환자실 환자도 퇴원 후 이따금 기억력 상실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브레인 포그가 코로나19만의 후유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코로나19 후유증 사례는 우울증·답답함·식욕 감퇴 등이다. 이런 증상은 일정 기간의 격리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다. 또 자신이 받을 '확진자 낙인'에 대한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자가 치료받는 동안 체력과 식욕이 떨어지고, 퇴원 후 이를 회복하기까지 1~2주일이 걸린다. 격리 기간에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근육통·우울증·피로감도 느끼며 평소 예민한 사람은 불면증과 체중 감소도 경험한다. 그러나 생활 리듬이 돌아오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런 후유증은 사라진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정신과 상담이나 안정제를 처방받으면 대부분 호전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덱사메타손 등)에 의한 후유증을 의심한다. 그러나 덱사메타손은 폐렴·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치료제로 널리 사용하는 약물 중 하나다. 물론 고용량 또는 장기간 사용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나 의료계는 이를 고려해 치료에 사용 중이다. 

비만·흡연·당뇨 있으면 후유증 잘 생겨

다만 후유증이 잘 생기는 사람은 있다. 기모란 교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비만한 사람, 흡연자,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후유증 발병이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금연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을수록 후유증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국내 감염자 수는 외국보다 적으므로 후유증 사례도 많지 않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치사율이 높고 중증환자도 증가세여서 후유증 사례도 많다. 미국은 국민의 40%가 비만이고 대사증후군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만 인구가 적어 코로나19 후유증도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보건 당국은 완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9월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4월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퇴원 환자 추적을 통한 후유증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단은 약 30명을 대상으로 3개월마다 혈액을 확보하는 등 면역학적 분석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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