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던 옛집 마당에

 

아무일도 없는데 괜스레

꽃잎들 눈물 핑 돌게 하는가?

 

어쩌자고 그 꽃송이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 주는가?

 

과꽃을 무더기도

피어놓는가?

 

햇볕이며, 어쩌자고

가을이면 내 살던 옛집 마당에

 

끼리끼리 도란거리다가

나에게 그만 들키고 마는가?

 

담장 위에서 고추 널은

멍석 위에서, 툇마루 끝에서

 

너는 어쩌자고 그리

서럽게 부서져내리는가?

 

내 살던 옛집

마당에 햇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