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없으면

 

거대한 운명 같은 그대여

죽어서도, 다시 살아도 지울 수

없는 사람아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저미는 내 가슴을

뚫고 자라나는

선인장의 가시 끝자락에도

그대가 오도카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햇살의 이른 방문에

부산을 떨며 떠나는

하루살이의 뒷모습에도,

 

허공의 옆구리에 걸린

잎사귀 하나가

수 백번 몸 뒤척이는

그 순간에도,

 

한 순간, 한 호흡 사이에도,

언제나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그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내겐 있습니다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왜 그대인지

왜 그대여야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