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를

사랑해 보았나

 

삶이 소중한 만큼

삶이 고통스러운 만큼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되어 스친 것들을

잊어 보았나

 

세상에 매달려 보았나

바라보는 눈매에 추워 보았나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로

 

오래 오래

기다려 보았나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만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