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시간의 강가에서

 

오색천 휘날리는 당나무

아니 굵은 산허리를

숯검정 단 노란 띠줄로 묶고

 

장엄한 저 불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 까지, 내 감은

눈 속의 꽃을 버리지 않으리라

 

접시에 담겨 놀라 환한 불꽃

양 손으로 감싸 안고

저 산 마루까지 들고 가야지

 

한 고개 넘을 때 마다

네가 뽑아내는 창의 가락 마다

갈고 닦은 세검의 빛이로구나

 

험한 바윗길 타오르며

오랜 생각의 잔가지 쳐내며

오롯한 땅 줄기 찾아낸 탓이로다

 

죽음의 저 백색 가루 흩날리는

멈춰선 시간의 강가에

종일 무지개 빛 휘날리는 구나

 

불타는 저녁 노을 앞

둘이 함께 앉아 있는 강 기슭에

시간은 저리 물러갔다

 

종일 선혈의 물줄기

흐르는 이 곳, 넘치는 내 피가

강을 타고 흘러 네 심방에 가닿았나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강물을 타고

고뇌의 주름이 잔뜩 진 정신을

맛사지해주는 마디진 시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