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에서 알게 된 형을 학교 헬스장에서 만났다. 달리기를 하고 있던 형은 1시간 가까이 달리기를 했다. 운동을 한 주에 얼마큼 하는지 물었다. 형은 매일 최소한 1시간씩 달린다고 했다. 시험 기간에도 쉬지 않는다고.기말고사 기간에 형과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형은 매일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집중하며 공부했다. 나는 조금 집중하다 뒤척이고, 조금 공부하다 쉬러 가고 있었다. 키즈 카페에 온 아이처럼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형은 운동하고 나서부터 공부를 잘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형은 장학금을 받았고 나는 적당한 성적을 받았다.

이땐 그 이야기의 가치를 잘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게 됐다. 체력이 늘면 끈기와 집중력이 함께 늘어난다. 체력은 공부를 열심히 하게도, 일을 잘하게도 할 수 있다. 체력이 좋으면 많은 걸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고3 때는 매일 야자 시간 전에 축구 아니면 농구를 했다. 그때는 밤늦게까지 야자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떨어졌다기보단, 나이들수록 운동을 안 해서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야근을 할 수록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낀다. 9시, 10시는 야근도 아니라는 데, 9시만 되면 얼른 가서 쉬고 싶다. 야근을 안 하는 게 답이지만, 해야만 한다면 빠르게 처리하고 집에 가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니 일이 늘어지고, 퇴근 시간도 늦어진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쉬지 못 하고, 오전에 피곤하고 ...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떻게 하며 이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최근 "마녀 체력" 저자이자 세바시 강연회에 나와 유튜브 추천 영상까지 올랐던 이영미 저자의 강연을 보면서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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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신체 프로필을 먼저 공개했다. 153 cm 48 kg . 에디터인 그녀는 자리에 오래 앉아서 밤샘 야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회사에선 계속 앉아 있고 집에선 계속 누워있다가 결국 30대 중반 고혈압 판정을 받게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몸도 무겁고, 예민해져서 결국 퇴사를 하게 됐다. 40살이 넘어가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50살이 넘은 지금은 10년 전보다 체력이 훨씬 낫다고 한다. 비법은 하나.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운동했기 때문이라고.

처음에는 수영으로 시작했다. 전혀 늘지 않았던 수영 실력이 시간이 흐르자 50m, 100m를 갈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원래 허약한 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단지 꾸준히 단련해본 적이 없던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수영을 통해 자신감을 가진 그녀는 다른 운동도 하면 되겠다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동네 운동장 한 바퀴 달리기, 다음 날은 두 바퀴... 한 달이 지나자 10바퀴를 달릴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나서는 그녀의 예전 모습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하게 됐다.

이영미 작가가 전하는 운동 하면서 달라진 체력, 삶 이야기를 다 들으면 '희망'이 생긴다. 그녀는 이렇게 마음속에 '작은 희망'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희망이 생기면 용기가 생기고, 용기가 생기면 목표가 생긴다. 천천히 꾸준히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댓글 창을 보면 수많은 '희망'찬 글들이 보인다.

나도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으론 달라지지 않는다. 움직여야 달라진다. 바로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찾아봤다. 내일 아침부터 가려 한다. 처음엔 한 바퀴만 달리기로 했다. 나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체력 증진으로 활력 있는 하루 보내기다. 단기적으로는 새벽 달리기를 일단 매일 나가는 것이다. 조금씩 꾸준히 하면 될 것 같다.

요새 체력이 부족해 힘들단 생각이 들었다면, 체력을 기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면, 체력이 달라진 뒤 삶이 달라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이영미 작가의 강연을 보자.

[글 : 임채민 세바시 에디터]